2024. 2. 23. 22:18ㆍ영화
트레일러가 더 무서웠던 것 같다, <파묘>
파묘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시간과 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들여 만든 작품이란 것이 티가 났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장재현 감독에게 기대했던 건, 옥죄는 듯한 공포와 허를 찔리는 듯한 반전입니다. 특히나 장재현 감독의 전작 <사바하>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더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파묘>에서는 적어도 공포감이라는 부분은, 진짜 퇴치해야 할 적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작품 중반부터 급격하게 식어버립니다.
사실상 캐릭터들이 어떤 존재를 상대해야할 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고, 이를 연출과 분위기로 은은하게 그려냈던 영화 트레일러가 훨씬 더 무섭게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공포영화'가 아닌 '스릴러'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라는 건 분명합니다.
이니셜D 뺨치는 장르 드리프트
<파묘>는 복선으로 은근히 존재감을 과시하던 '어떤 존재'가 본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내는 중반부터 급격하게 공포 영화에서 민족 의식을 고취시키는 민족 영화로 급격하게 장르가 바뀝니다.
사실 이것이 공포를 반감시키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작품 초반 까지만 하더라도 유리창으로 비추거나 음악과 효과음으로만 존재감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공포를 줬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어떤 존재'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등장인물들의 적지 않은 대사로 설명하면서 조금은 지루하고 클리셰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존재'를 퇴치하는 과정도, 그때까지 쌓아왔던 서사와 연출이 무색하게도 상당히 허무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그 존재의 강함과 무서움을 설명해 놓고, 사실상 '장정 몇이 몽둥이로 후두러패면 고생없이 이기지 않았을까'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화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옵니다.
요약하자면, 작품 중반부터 <파묘>의 장르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공포감이 반감되고, 결말이 상당히 빠르고 허무하게 마무리 되다보니, 중반 부분부터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꽤나 갈릴 것 같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렸지만, 전반적으로 퀄리티 자체는 뛰어난 웰메이드 영화이고 공포가 줄었더라도 어느정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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