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8. 18:38ㆍ영화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영화, <위플래쉬>
영화 <위플래쉬>는 이후 <라라랜드>로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반열에 오르는 '데미언 셔젤' 감독의 첫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마일스 텔러와 JK 시몬스가 주연으로 열연했고 2014년 선댄스 영회제 심사위원 대상을 시작으로 제 87회 남우 조연상, 편집상, 음향상 등 권위 있는 상들을 수상할 정도로 빼어난 작품성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작품성이 있다고 해서 이 영화가 즐길만하다거나, 무언가 아름다운 주제, 인물들을 그려낸 영화는 아닙니다. 정말 치열하게 제자를 밀어붙히는 스승과 최고가 되가지만 동시에 점점 맛이 가버리는 제자의 미쳐버린 사제 관계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데미언 셔젤 감독은, 이후에 <라라랜드>를 공개한 후 한 인터뷰에서, <라라랜드>를 먼저 구상했지만, 제작사들이 자신 같은 애송이에게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 만든 일종의 시험작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뒤가 없는 상황에서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확실히 미쳐버린 서사와 인물들이 나온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가 되는 과정은, 힘겹다 못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위플래쉬> 줄거리 정보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는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혼자 연습을 하고 있던 앤드류 앞에 '플레처' 교수가 들이닥쳐 더블 스윙을 해보라 요구합니다. 갑작스런 요구에도 일단 연주를 시작한 앤드류의 연주를 듣던 플레처 교수는 듣다 말고 나가버립니다.
시간이 지나고, 플레처 교수는 앤드류가 속해 있는 밴드에 갑자기 들어와, 앤드류를 포함한 학생들에게 연주를 몇 번 시켜보더니, 앤드류를 학교 최고의 밴드로 불리는 자신의 밴드로 섭외합니다. 밴드 연습 시작전 따뜻한 조언과 가정사와 학습 배경 등에 대한 질문을 주고 받으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던 플렛쳐 교수는 밴드 연습이 시작되자 돌변합니다.
플레쳐 교수는 앤드루에게 "위플래쉬"라는 곡을 연주 시키는데, 앤드루가 계속 박자를 틀리자 "Were you rushing or dragging?"라고 공격적으로 물으며 의자를 집어던지고, 그의 뺨을 무자비하게 후려치며 박자를 맞출 것을 요구합니다. 심지어 방금 전에 물었던 가정사를 그대로 욕지거리에 섞어 사용하고,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발언까지 서슴치 않고 내뱉으며 앤드류가 박자를 맞추게 만듭니다.
경황이 없던 앤드류는 결국 밴드의 메인 드러머 자리를 놓치게 되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가족들에게도 점점 표독스럽게 변해가며 연습한 결과 다시 메인 드러머를 맡게 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경연 날, 버스가 운행을 중단하고, 그래서 렌터카를 빌렸지만 악보를 두고 오고, 다시 가지러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불운을 겪습니다. 교통사고로 피흘리며 앤드류는 가까스로 경연장까지 왔지만 결국 경연을 망처버리고, 플레처 교수는 앤드류가 피를 흘리건 말건 자신의 경연을 망치는 앤드류는 다시는 연주하지 못할 것이라며 폭언을 내뱉습니다.
교수에게 폭언을 한 앤드류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게 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플레처 교수는 자신의 다른 제자를 자살로 몰아붙였다며 고소를 당하게 되고, 피해자의 변호사가 교수의 평소 행실에 대해 질문을 하기 위해 앤드류를 찾아옵니다. 앤드류는 플레처 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털어놨고, 플레쳐 교수도 학교에서 잘리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앤드류와 플레처 교수는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플레처 교수는 자신의 교육 철학을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한계를 넘어야 천재가 된다. 그렇기에 자신은 자신이 한일을 후회하지 않고 너에게 한 일도 너가 천재가 되라고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앤드류에게 자신이 지휘하게 된 재즈 공연의 드러머가 돼 달라는 제안을 건네고, 플레처 교수의 교육 철학에 마음에 다시 불이 붙은 앤드류는 제안을 수락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건 플레처 교수의 함정이었습니다. 공연 당일, 플레처 교수는 앤드류에게 '너가 말한 걸 모를 줄 알았냐'며 연습했던 곡과는 완전히 다른 곡을 연주합니다. 결국 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한 앤드류는 제대로 망신을 당하고 밖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린 앤드류는 무대로 올라가 지휘자의 신호 없이 혼자 연주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플레처 교수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면서 연주를 지휘하고, 앤드류는 땀을 쏟아내며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연주를 합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앤드류의 아버지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모습을 끝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사제지간의 재정의, <위플래쉬> 후기
보통 영화의 주인공이 악기를 다루고, 멘토를 만나 실력을 갈고 닦고, 최고가 된다는 서사에서 관객들은 '노력의 가치'와 '아름다운 사제지간'을 기대합니다. 저 또한 실제로 이런 기대를 안고 심드렁하게 영화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는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산이, 처절하게 부서졌습니다. 자존심을 팍팍 긁는 말과 심한 욕설, 심지어 부모 욕까지 서슴지 않으며 주인공 '앤드류'를 몰아치는 '플레쳐' 교수, 덕분에 점점 최고가 되어가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맛이 가버리는 '앤드류'의 모습은 공포감까지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일종의 공포 영화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선 정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여러분들도 더울 때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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