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9. 17:14ㆍ영화
1, 2편과는 또 달라진 3편, <범죄도시 3>
<범죄도시 1>과 <범죄도시 2>는 두 편 모두 제가 정말 재밌게 본 영화들입니다. 사실 때가 될 때마다 다시 돌려보는 그런 영화일 정도인데요. 그 때문에 범죄도시 3가 개봉했을 땐 오히려 보기가 망설여졌습니다. 개인적으론 완벽하다시피 했던 1, 2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혹시나 3편 때문에 어그러지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우려는 절반 정도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범죄도시 3>은 1, 2편처럼 실제 사건을 모티브 삼아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번에는 2018년 서울 경찰청에서 필로폰 112KG를 적발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실제 사건에서도 압수한 마약은 3000억원이 넘는 가치를 지녔고, 일본 3대 야쿠자 조직 중 하나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3편에서는 1, 2편과는 달라진 등장인물, 결이 바뀐 액션 연출로 그려냈습니다.
<범죄도시 3> 줄거리 정보
형사 마석도는 인천경찰서 광역수사대로 옮겨 근무하게 되면서 인근 클럽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맡게 됩니다. 피해자의 시신엔 타살 흔적은 없었지만, 치사량의 마약 성분이 검출되어, 마석도를 비롯한 팀원들은 인근 컬럽에서 마약 공급책을 수소문하기 시작합니다.
클럽에서 마약을 공급하고 있던 인물은 일본 야쿠자 조직원 '토모'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서울 구룡 경찰서 마약수사팀장 '주성철'과 함께 공모하여 마약을 빼돌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수도권 인근의 클럽에 하이퍼를 공급하며 돈을 챙겼고, 거기에 더해 중국 조직과도 거래하면서 마약을 거래합니다. 하지만 토모의 배신을 알아챈 일본 야쿠자 조직에서 킬러 '리키'를 보내게 되면서 토모는 결국 목숨을 잃게 됩니다.
한편 마석도는 먼저 마약을 찾게 되고 이걸 이용해 주성철을 잡으려 하나, 계략에 휘말려 오히려 리키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마석도는 리키를 역으로 제압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약을 들고 해외로 도주하려던 주성철은 자기 사무실에서 마석도를 다시 만나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주성철은 마석도를 거칠게 몰아 붙이지만, 곧 마석도에게 본격적으로 두들겨 맞기 시작합니다. 발악하던 주성철은 결국 사무실 캐비닛에 처박히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악역 지분 나누기 실패, <범죄도시> 후기
마석도가 제압해야 할 빌런이 둘로 늘어난 만큼, 새로운 결의 액션 연출이 대폭 늘었지만, 그 무게감은 이전에 비해 확실히 줄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손석구 배우가 연기한 2편의 빌런 강해상을 좋아합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섭게 만드는 분노 연기와 살의를 담은 눈빛, 입술을 파르르 떠는 디테일한 연기와 더불어 적절하게 묘사한 잔혹성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켜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편의 주성철과 리키는 그만한 임팩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 드는 빌런이었고, 일본 야쿠자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경찰을 납치하고 칼을 휘두른다는 설정도 어찌보면 그다지 현실성 있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물론 액션은 여전히 좋았습니다. 1편과 2편이 오함마같이 묵직한 한방을 보여줬다면, 3편은 작은 티타늄 망치로 후둘러 패는 느낌의 액션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전작들에 비해 잔혹성을 상당부분 줄이는데 노력을 기울인 티가 났습니다.
그리고 이전의 전일만, 오동균, 강홍석, 김상훈 같은 금천 경찰서 강력반 직원들이 인천 경찰서의 새 인물들로 바뀐 것도 그다지 좋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석도와 함께 쌓아왔던 이전의 서사가 없다보니, 각 인물들에게 몰입하기가 힘들었고, 그 때문에 동료 또는 새로운 인물과 개그코드를 보여주거나, 중간에 동료가 다쳐 분노하는 마석도에게도 감정을 이입하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범죄도시 1>과 <범죄도시 2>는 제육덮밥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먹어도 든든하고 맛난 그런 영화입니다. 3편 역시 호쾌한 액션과 쾌감을 느낀다는 측면에선 여전히 든든한 제육덮밥이지만, 달라진 인물, 줄어든 빌런의 임팩트의 영향으로 무언가 밑간이 덜된 느낌을 계속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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