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3. 19:24ㆍ영화
오컬트에 미친 장재현 감독, <사바하>
<사바하>는 2019년에 개봉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대한민국 영화로는 드물게 '오컬트'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검은사제들>로 호평을 받은 장재현 감독이 4년만에 또 다시 내놓은 오컬트 영화인데요. 이걸 보면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 영화에 대단히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는 2월엔 장재현 감독이 또다시 오컬트를 주제로 <파묘>를 개봉합니다. 해당 작품 트레일러를 보니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로 기대가 크고, <검은 사제들> 역시 정말 재밌게 봤기 때문에, <파묘> 개봉 전에 꼭 <사바하>를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바하>는 출연진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정진영, 진선규, 이다윗 등 "아 저 사람!"이다 싶은 배우는 모두 나오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대중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오컬트를 주제로 삼았음에도 흥행에도 꽤나 성공했는데요. 최종 관객수 24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보통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가 영화를 소개하는 문구에 들어간다면, 사람들은 점프 스퀘어, 귀신, 괴물 같은 주제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물론 <사바하>도 그런 요소를 차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스릴러 영화들과는 그 결이 사뭇 다릅니다.
반전과 반전, <사바하> 줄거리 정보
16년 전, 강원도 영월 한 마을에서 '금화'가 태어납니다. 하지만 금화가 태어나기 10분 전,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여 정상적인 아기라고 볼 수 없는 기괴한 '그것'이 금화의 쌍둥이 언니로 먼저 태어납니다.
쌍둥이를 낳은 어머니는 곧 사망하고, 아버지도 자살로 어머니를 뒤따라가며 금화는 조부모의 손에 길러집니다. 그리고 조부모는 그것을 집 뒤 창고에 가둬 짐승처럼 키웁니다.
16년 후 현재, '박목사'는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를 운영하며, 각게 종교단체들의 후원금으로 먹고사는 인물입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사슴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단체를 발견하지만, 예상과 달리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합니다. 한편 사슴동산 단체의 활동지인 강원도에서 터널의 갈라진 벽에서 여중생 시체가 발견됩니다. 용의자로 지목된 레미콘 운전자 '김철진'은 자신을 찾아온 '정나한'에게 밤마다 자신이 죽인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하자, 정나한은 자살을 제안하고, 김철진은 자신의 집에서 자살합니다.
한편 사슴동산을 조사하던 박목사는 사슴동산의 경전 항마경을 발견하고, 사슴동산의 교도들이 '사천왕'이라는 존재를 모신다는 것을 파악합니다. 곧이어 속칭 '김풍사'라고 불리는 '김제석'이라는 인물의 존재를 알게됩니다. 김제석은 1899년에 태어나 '신이 된 자'라 불리며 '동방교'라는 신흥 종교단체를 이끌다 1985년 동방교를 해산하고 모습을 감췄다는 사실도 알게됩니다.
박목사는 과거 김제석이 후원한 교도소에 찾아가 당시 그가 소년범 4명을 입양했었다는 사실과, 자살한 김철진이 그 4명 중 한명이었다는 사실도 알게됩니다. 드러난 사실로는 김철진을 포함한 3명은 모두 특정 여자아이들을 죽인 뒤 자살했고, 마지막으로 남은 1명이 정나한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박목사는 과거 김제석을 실제로 만났던 티베트 고승에게 김제석에 대해 묻고, 고승은 과거 자신이 김제석에게 '당신이 태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에 당신이 태어난 곳에서 당신의 천적이 태어나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고 말해줍니다.
한편 박목사의 제자 '요셉'은 함마경 맨 뒷장에 나열된 숫자 목록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알고보니 이 숫자는 김제석이 태어난지 딱 100년이 되는 해인, 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였습니다. 김제석은 1999년 영월 출생 81명의 여자아이들을 '81마군'이라 칭하며, 자신이 거둔 4명의 소년범들에게 이들을 다 죽여 없애라고 명한 것이었습니다.
한편 정나한은 마지막으로 남은 마군인 금화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금화가 죽임 당하기 직전, 자신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는데 언니도 같이 죽여 달라고 부탁하고, 정나한은 금화의 쌍둥이인 그것이 김제석의 천적임을 알게되어 그것을 죽이러 떠납니다.
마침내 정나한과 마주한 '그것'은 자신이 진짜 부처이며, 타락한 김제석을 파멸시킬 날만을 기다려왔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그 증거로 자신의 6개의 손가락을 보여주고, 김제석의 손가락을 확인해보라며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는 정나한 자신이 평소 힘들 때 들리던 노래였고, 김제석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다시 사슴동산으로 돌아온 정나한은 김제석의 손가락이 5개임을 확인하고 혼란에 빠지고, 김제석의 '제자'는 그런 정나한을 총으로 쏴버립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박목사는 정나한을 데리고 자신의 차로 제제의 차를 들이받습니다. 그리고 박목사는 제자에게 외칩니다. '김풍사 김제석'이라고. 사실 제자가 김제석이었던 것입니다.
김제석은 그것을 죽이러 떠나지만, 김제석의 차 뒤에 몰래 숨어들었던 정나한은 김제석의 목을 조르고, 차는 전복됩니다. 김제석은 멀쩡히 걸어나오지만, 옷이 기름 범벅이 되었고, 정나한은 그것이 줬던 라이터로 불을 붙여 김제석은 불길에 휩쌓이며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김제석이 죽는 동시에 그것 또한 자신의 동생 금화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고, 정나한도 눈을 감게 됩니다.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사바하> 후기
<사바하>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온갖 불교 용어와 세계관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을 몰라도 영화의 줄기와 인물들의 서사를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선과 악 구도가 분명하고, 인물들이 처한 상황 역시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짜여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포 요소 역시, 삼류 공포 영화처럼 점프 스케어를 때려박은 것이 아닌, 독특한 세계관과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통해 공포를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사바하>는 잘 만든, 그리고 재미있는 공포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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