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인물들의 폭력적인 흥망성쇠

2024. 1. 9. 16:10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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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

데미언 셔젤이 자유롭게 날뛴 <바빌론>

 

<바빌론>은 <위플래쉬>, <라라랜드>로 유명 감독의 반열에 오른 데미언 셔젤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입니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등 쟁쟁한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의 시대로 넘어가던 1920년대 할리우드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던 영화였습니다.

 

다만 그 이야기들이 친절하진 않았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거의 30분 가량을 난장판처럼 몰아치는 연출을 사용했는데, 마치 <라라랜드>의 19금 버전을 보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기다 감독이 말하고 싶은 바가 굉장히 많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러닝 타임이 3시간이 넘어가는 작품이었고, 주연인 브래드 피트도 자신이 맡은 대사가 지금까지 했던 역할중에 가장 많았다고 얘기한 바도 있으니까요.

 

다만 정신없으면서도 경쾌한 음악, 생각보다 매력적인 인물들의 서사 덕분에 '지루하다'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상당히 당황스러웠고, 여러모로 데미언 셔젤 감독이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정말 자유롭게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격동의 1920년대, <바빌론> 줄거리 정보

 

1926년, 할리우드에서 잡부로 일하던 '매니 토레스'가 똥을 뒤집어 써가며 파티에 필요한 코끼리를 공수해오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토레스가 힘겹게 도착한 파티장은 그야말로 마약과 술, 도박이 난무하는 난장판이었습니다. 매니는 그곳에서 파티에 몰래 참석하려는 넬리 라로이를 만나고, 그녀가 보여준 배우라는 꿈에 대한 열정을 보고 사랑을 느낍니다.

 

그리고 잘 나가는 무성 영화 배우 잭 콘래드를 만나 그의 마음에 들게 되면서 함께 일하게 되고, 넬리도 운 좋게 캐스팅 되어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보입니다. 무성 영화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잭과 넬리는 전성기를 보내게 되고, 영화 제작에 참여하며 능력을 키우게 된 매니도 잘나가는 영화 제작자가 됩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유성 영화의 상영이 시작되고, 잭과 넬리, 매니도 변화를 겪게 됩니다. 잭은 무성 영화판과 달리 유성 영화에선 퇴물 취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하게 되고, 넬리 또한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평을 받으며 지치게 됩니다. 그러면서 넬리는 도박과 마약에 빠지게 됩니다. 매니는 사랑하는 넬리의 재기를 돕기 위해 회사까지 옮겨가며 그녀를 돕지만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자신의 한계를 느낀 잭은 자살하게 됩니다. 넬리는 뒷세계의 거물, '제임스 맥케이'에게 거액의 도박빚을 지게 되고, 매니에게 도움을 청하고, 매니는 어떻게든 빚을 해결하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계획은 꼬이게 되고, 그러던 와중에 실수로 맥케이의 부하까지 죽이게 됩니다. 결국 매니는 넬리를 데리고 맥세코로 도망갈 계획을 세우지만, 짐을 챙기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넬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매니도 맥케이의 다른 부하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아 그대로 할리우드를 떠납니다.

 

시간이 지나 1952년, 매니는 할리우드로 다시 돌아와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거기서 자신과 같은 시대를 보낸 잭과 넬리를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장면을 보게 되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영화의 발전 과정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고, 이를 보면서 미소 지으며 눈물 흘리는 매니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납니다. 

 

훌륭한 음악, 명연기 그리고 지나친 선정성, <바빌론> 후기

이 장면 이후부터 작품 분위기가 달라진다

 

3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도 <바빌론>의 서사는 이해하기 어려운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더 없이 훌륭했고, 왜 그가 할리우드 대표 배우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마고 로비 역시 재능있지만 미쳐버린 배우라는 역할을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게 소화했고, 매니 역의 디에고 칼바도 신인임에도 멋진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제가 생각하기엔 불필요할 정도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그런 장면들이 쉴새없이 휘몰아쳤고,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제임스 맥케이'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영화의 선정성이 특히나 두드러졌습니다. 왜 굳이 그런 장면들을 넣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바빌론>은 훌륭한 음악과 배우들의 명연기, 영화의 위대함과 인물들의 흥망성쇠라는 서사는 더없이 좋았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속에 불쾌한 폭력이 난무한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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