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9. 20:56ㆍ영화
유쾌하고 따뜻한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보통의 힐링 영화, 특히 애니메이션을 본 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재미', '흥분', '감동' 이 세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 세가지는 당연히 갖췄고, 여기에 더해 '위로' 또는 '위안'의 감정까지 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 여행을 통해 만나는 새로운 인물들과 사건, 주인공의 성장과 여행의 끝에서 자기 자신과 관객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까지, 이 모든걸 훌륭한 작화와 매력적인 인물들, 가슴을 울리는 음악을 통해 멋지게 그려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과 함께 '재난 3부작'이라고도 불립니다. 운석 충돌, 폭우와 홍수, 지진, 작품 내에서 그려지는 재해의 종류는 모두 다르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세 재난 모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세 작품은 모두 재난을 겪은 인물들이 아픔과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재난 이후의 세계'를 살아갈 용기를 얻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세 작품 모두에서 '위로'의 감정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재난을 해결하거나 이겨냅니다. 그러나 <스즈메의 문단속>을 포함한 재난 3부작은 잊힐래야 잊힐 수 없는 재난, 그리고 재난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묵직하게 던집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기획서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재해에 대해서 종말 이후를 다루고 싶다, 다가올 재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재해가 어쩔 수 없이 끈적이며 일상에 붙어 있는 그런 세계로"라고 말합니다.
실제 작품에서도, 주인공 '스즈메'를 비롯한 작중 인물들은 지진이 일어나도 조금 주의하며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그런 세계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내면에는 과거 가족과 친구를 잃은 재해로 인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이 뜻하지 않은 계기로 여행을 떠나며, 따뜻한 인물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마지막에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너는 잘 살아나갈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는 위로와 용기, <스즈메의 문단속> 후기
작품 후반에는 '스즈메'는 저승 세계에서 헤매는 어린 자기 자신을 만납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되어갈꺼야"
저는 이 말이 단지 재난으로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나간 인연에 미련을 느끼거나 과거 자신이 내린 선택을 후회하는 등 어떤 이유든 앞으로 살아갈 용기를 잃은 우리 모두에게 주는 위안의 말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이 말에서 위안을 얻었고, 덕분에 고민이 있을 때마다 틈틈히 본 결과 <스즈메의 문단속>을 10번 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많이 봤다고 자랑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작품을 보는 10번 모두 저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또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잃으신 분들에게 <스즈메의 문단속>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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