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1. 19:20ㆍ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저는 지금은 좀 덜하지만,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불안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이 '불안하다'라는 감정은 무언가 큰 위기가 생겼다거나,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말 그대로 삶에 불안을 느꼈을 뿐입니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맞는 선택일까?'
'내 친구들은 다 잘나가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런걸까?'
제가 느꼈던 불안은 대게 이런 류의 불안이었습니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스스로를 깎아 내렸습니다. 자기혐오에 빠진 채로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망상에 시달리며 잠을 못 이루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덕분에 큰 갈등이 없었음에도 주변과의 관계는 조금씩 멀어졌고,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었을 사람들에겐 다가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올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에는 눈길조차 주지 못했습니다.
정말 우연히 보게된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의 주인공 역시 당시의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아들의 면접을 도와주러 간 여행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고뇌하는 과정에서, '내가 내 자신을 비하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린 건 아닐까'라는 결론을 얻게 되고, 앞으로를 살아갈 용기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저 역시도 조금은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줄거리 정보
"브래드"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는 중년 남성입니다. 자신이 크게 부족한 것 없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명 있던 유일한 직원이, "비영리 단체는 희망이 없다"라는 말을 하며 퇴사해버린 후, 스스로의 인생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특히 대학시절 자신과 친했던 친구였던 '크레이그'는 백악관에서 일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제이슨'은 헤지펀드 회사를 운영하는 데다가 '빌리'는 IT 사업가로 성공한 후, 은퇴까지 한터라 점점 더 열등감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브래드는 자신의 아들 '트로이'의 대학 면접을 돕기 위해 함께 보스턴으로 갑니다. 그리고 트로이와 대화하던 중, 트로이가 '하버드에 가는 게 목표다'라고 말하자, 이것이 자기의 열등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트로이의 면접은 바로 하루 전이었고, 어떻게든 면접을 보게 하기 위해, 브래드는 '크레이그'에게 전화해 도움을 청하고, 덕분에 트로이는 면접을 다시 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면접이 끝난 후 트로이는, '하버드가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다'고 말하고, 이 때문에 트로이와 브래드는 다투게 됩니다.
서로 냉랭하게 밤을 보내고, 다음날 브래드는 크레이그와 저녁을 먹으며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합니다. 그러나 점점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크레이그의 타인에 대한 험담은 점점 심해지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그 험담을 통해 뜻하지 않게 친했던 친구들의 근황을 알게됩니다. 알고보니 '제이슨'은 딸이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데다가, 투자가 실패해 회사가 넘어갈 위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빌리'는 은퇴하긴 했지만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렸다는 소식도 듣습니다.
크레이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 자랑하며, '이름 없는 비영리 단체에서 투자 요청이 오곤 한다'라며 거들먹 거리지만, 사실 그 요청은 브래드가 보냈던 것이었습니다. 이 말에 폭발한 브래드는 '우리가 친구가 맞긴 하냐'고 따지고 자리를 떠납니다.
그날 아들과 오케스트라 음악회에서 음악을 들으며, 브래드는 그간 자신이 느껴왔던 열등감에 허무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추켜세우거나 비하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써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밤 브래드는 트로이에게 때때로 사람들이 자기를 실패자로 보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느낀다 고백합니다.
하지만 트로이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만 생각해서 아빠가 실패자인지 아닌지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 의견만이 중요한 것이고 자기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말한다.
그리고 그날밤 브래드가 '자기가 사랑하는 아들이 여기있고, 자신은 아직 살아있다'고 되네이며 영화는 끝납니다.
우리 인생은 생각보다 괜찮은 인생이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후기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고, 저를 생각해주는 친구들도 적지 않았던 데다가, 생각해보면 그다지 능력이 없지도 않았습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스스로를 깎아내린 것에 대해 사과하고 위로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원제 <Brad's status>의 주인공 '브래드'도 과거의 저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해답을 깨달아 가는 과정도 저와 비슷합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소중한 영화입니다. 인물이 겪는 소소한 해프닝을 통해, 저에게도 깨달음과 위안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저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거나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USB에 담아 선물로 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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