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7. 14:22ㆍ영화
내 추억이 서려있는 작품, <라푼젤>
때는 2011년,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고등학교는 한 달에 두 번은 토요일에도 학교를 가서 4교시까지 진로교육이라는 수업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자습을 하거나, 아이들끼리 수다를 떨거나, 선생님이 해주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날은 선생님이 조금 귀찮으셨는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영화를 교실에서 틀어주셨는데, 그게 바로 <라푼젤>이었습니다. 마초감성에 쩔어있던 남학생만 30명이 있는 반에서 틀어주기엔, 그 당시 감성으로는 조금 과한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1시간이 넘도록 집중하며 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라푼젤> 줄거리 정보
오랜 옛날, 하늘에서 빛 한줄기가 떨어졌고, 그 빛 속에선 마법의 황금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황금 꽃은 병과 상처를 치료하고 심지어 늙은 사람을 다시 젊어지게 만드는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그 힘을 탐낸 '고델'이라는 여자는 황금 꽃은 숨겨두고 수백년간 그 꽃으로 젊음을 유지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황금 꽃 주변에는 한 왕국이 들어서게 되었고, 출산을 앞둔 왕국의 왕비는 병 때문에 위독해졌습니다. 왕국에서는 왕비를 치유하기 위해 마법의 황금 꽃을 찾아다녔고, 마침네 고델이 숨겨놓은 꽃을 찾아냅니다. 꽃을 달여 먹은 왕비는 병이 낫게 되고, 꽃의 영향을 받아 금발 머리카락을 가진 '라푼젤'이라는 딸을 낳게 됩니다. 왕국의 국민들은 풍등을 하늘에 올려보내며 공주의 탄생을 기념했습니다.
그러나 곧 고델이 황금 꽃의 힘을 되찾기 위해 왕궁에 침입하고, 꽃의 힘이 라푼젤의 머리카락으로 옮겨 갔다는 것을 알게 된 고델은 그대로 라푼젤을 납치해, 어느 외딴 탑 속에서 엄마 행세를 하며 라푼젤을 가둬놓고 키웁니다. 그리고 라푼젤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라푼젤에겐 항상 '탑 바깥은 너무 위험하다'라는 말을 하며 절대 탑 밖으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착한 라푼젤은 그 말을 믿고 탑 안에서만 지내게 됩니다. 그러나 라푼젤의 생일마다 왕과 왕비가 라푼젤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하늘에 올리는 수천개의 풍등을 보면서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조금씩 키워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왕국에서 공주의 왕관을 훔쳐 달아난 도둑, '플린 라이더'가 왕국 경비대의 추적을 피해 라푼젤의 탑에 나타납니다. 이를 계기로, 라푼젤은 그와 이런저런 협상을 한 뒤 플린에게 자신의 생일마다 하늘에 떠오르는 풍등을 가까이서 보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플린은 이를 들어주고 함께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라푼젤과 플린은 모험을 계속하면서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특별한 감정을 싹 틔우게 되고, 바깥 세상 나들이도 즐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고델의 계략으로 둘의 신뢰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플린은 왕국 경비대에 붙잡힙니다. 결국 라푼젤은 집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문득 자신의 기억속에 각인 되어있던 고델의 정체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델이 자신과 유진의 사이를 이간질하게 된 것도 깨닫게 됩니다. 라푼젤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탑을 나가겠다며 고델과 싸우지만, 고델은 라푼젤을 기절시켜 손발을 묶어버립니다.
플린 또한 라푼젤이 고델에게 붙잡힌 것을 알게 되고, 탈옥해 탑으로 옵니다. 하지만 고델의 기습에 칼에 찔려 죽을 위기에 빠집니다. 때문에 라푼젤은 고델의 말이라면 뭐든 들을테니,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유진을 치료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고델은 잠시 라푼젤을 풀어줍니다. 그러나 유진은 치료를 받는 척 하면서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황금 꽃의 힘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립니다. 때문에 황금 꽃의 힘으로 젊음을 유지하던 고델도 다시 늙어버리기 시작하고 결국 탑에서 떨어져 죽게 됩니다.
하지만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플린도 죽어가기 시작하고, 라푼젤은 그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데, 그 순간 그녀의 눈물에서 황금 꽃의 힘이 발현되며 플린은 되살아납니다. 그 후 라푼젤은 무사히 왕국으로 돌아가 왕과 왕비와 재회하게 되며 영화는 끝납니다.
요즘도 이만한 작품은 잘 안나온다, <라푼젤> 후기
<라푼젤>은 작품성과 흡입력 모두를 갖춘 훌륭한 작품입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과 조력자와 그들이 헤쳐나가는 모험, 이를 방해하는 빌런이라는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구조에, 매력적인 주인공과 현실적이면서도 치밀한 모습을 보여주는 빌런, 그리고 <When will my life begin?>, <I've got a dream>, <I see the light> 같은 훌륭한 OST가 합쳐져, 멋진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라푼젤>은 2010년 개봉 후, 한국에선 그다지 많은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아직 대중화 되기 전이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2000년대에 나온 디즈니 작품 중 거의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후로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나중에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겨울왕국> 시리즈도 저는 별로라고 느꼈고, 디즈니가 과한 메시지와 교훈에 매몰된 작품만 내놓는 최근에는 '역시 <라푼젤>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적어도 저에게는 <라푼젤>이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으로 각인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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