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볼일보다 중간에 끊은 느낌

2024. 1. 24. 17:47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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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연상호' 세글자에 떠오르는 전작과의 추억, <선산> 프리뷰

 

<선산>을 보기전엔 저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제가 대표적으로 기억하는 연상호 감독의 전작이 <반도>였기 때문입니다.

 

한국 좀비물 흥행을 선도했던 <부산행>을 정말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반도>가 개봉했을 때 다른 걸 보자던 친구들에게 우기고 우겨서 봤던 영화였지만 상영시간 2시간 중 30분에 가까운 신파극 때문에 친구들은 치를 떨었고, 그대로 절연할 뻔했습니다.

 

저와의 그런 악연(?)이 가득한 영화의 감독이 만든 드라마였기 때문에 걱정이 안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걱정했던 것 보다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현재 여러 평점사이트에서 <선산>에 대한 평점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데, 그정도의 저평가를 받을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작품 전체에 떡밥을 가득 뿌리고 설명이 부족한 것은 마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중간에 끊고 나오는 듯한 찝찝함을 주기도 합니다.

 

<선산>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인 윤서하는 어느날 존재조차 몰랐던 작은 아버지, 윤명길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작고한 윤명길의 선산을 자신이 물려받게 되는데, 갑자기 작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자기가 윤서하의 이복동생이라고 밝히는 김영호가 찾아오게 되면서, 그때부터 선산을 둘러싸고 불길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적당한 킬링타임 작품, <선산> 후기

 

<선산>은 전체적인 이야기가 긴박하게 구성되어 있음과 동시에 이해하기 쉽게 잘 진행됩니다.

 

특히 주인공 '윤서하' 역의 김현주, '김영호' 역의 류경수, '박상민' 반장 역의 박병은, 최성준 형사 역의 '박휘순' 등 베테랑 배우들이 연기한 만큼, 오글거리지 않고 현실에서 볼법한 자연스러운 연기들로 극이 꽉차있었고, 덕분에 드라마 전체에 몰입하기가 편했습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 전체에 떡밥이 가득하지만 해소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작중에서 풀리지 않는 떡밥 그 자체 '김영호'

 

예를 들어, 김영호가 숨겨진 어머니 윤명희한테 종교적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암시는 가득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전혀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중 돌아가신 아버지가 김영호를 매우 사랑한 것으로 나왔는데, 어째서 아버지가 김영호를 버렸는지, 그렇게 가스라팅을 당한 김영호가 어째서 윤서하를 진심으로 구하려고 했는지, 중간에 김영호가 마을 주민들에게 받은 뒷돈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 작중 중요하게 강조한 떡밥과 암시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드라마 후반부에서 윤서하의 사주를 받은 조폭이 김영호를 죽이려다, 갑자기 윤서하도 함께 죽이려고 하는데, 조폭이 윤서하와 일종의 거래 관계였음을 가만하면, 조폭이 윤서하를 죽이려는 일련의 과정은, 극을 이끌기 위한 위기를 만들고자 무리수를 둔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선산>은 분명 좋은 작품입니다. 1화부터 6화까지 쉬지 않고 보게 만드는 몰입감을 가지고 있고, 배우들의 현실적인 열연이 시너지를 일으켜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작품입니다.

 

특히 후반부, 최성준 형사가 지금까지의 단서와 증언을 하나씩 되돌아보면서 사건의 진짜 범인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은 흡사 세기의 명작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카이저 소제'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 때의 전율을 조금이나마 주기도 했습니다.

 

만약 시간이 비는 주말,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싶다면, <선산> 정주행 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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