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 제작진한테 큰절부터 하겠습니다.

2024. 2. 10. 20:39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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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 넷플릭스 공개

 

낭중지추 그 자체, <살인자ㅇ난감>

<살인자ㅇ난감>은 근 몇년간 만들어진 한국 드라마 중,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특히 앞서 공개되었던 넷플릭스 드라마들, 요컨데 <스위트홈 2>, <경성크리처>, <황야> 등의 작품들이 설득력 없는 인물 설정이나, 부족한 재미 요소로 비판을 받던 상황이라, < 살인자ㅇ난감>의 작품성이 더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살인자ㅇ난감>은 '꼬마비' 작가의 동명의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 입니다. 보통 이렇게 원작을 따로 두고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에는, 긴 원작을 적은 회차에 담기 위해 지나친 스토리 축약을 감행하거나, 캐릭터들의 특성을 마구잡이로 바꿔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은 일부 캐릭터 묘사를 순화하긴 했을지언정, 원작의  사건과 이야기를 훌륭하게 재구성했고, 인물들의 행동에서 드러난 은은한 광기를 연출과 영상미로 멋지게 그려냈습니다.

 

원작에 대한 존중과 재미를 모두 잡다

 

원작 <살인자ㅇ난감>의 그림체는 굉장히 귀염뽀짝합니다. 그럼에도 원작에서 그려지는 살인 사건들은 범인들의 행동이나 묘사가 매우 잔혹합니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은 자칫 지나치게 잔인하게 묘사될 법한 장면들을 짧고 담백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교차 연출과 원근감 조절을 사용해 잔인함의 수위를 적절히 조절했습니다.

 

또, 주인공 '이탕'의 현실과 망상, 제 3자의 시점, 밝은 화면과 어두운 화면을 넘나들며 원작에서 드러난 인물들의 광기를 독특하면서도 영리하게 연출해낸 점도 멋졌습니다. 이런 극적인 시점 연출은 작중 주인공이 '선여옥'을 죽일 때 확실히 더 들어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50화가 넘는 원작을 8화에 압축하다보니, 주인공 이탕이 죽이는 살인자들의 범죄나 이탕이 가진 '죽어 마땅한 인물들을 선별해 내는 능력'에 대한 묘사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탕이라는 인물이 가진 능력에 대한 설득력이 원작만큼 못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작중 중요 반동인물인 '송촌' 역시 원작에선 걸어다니는 재앙이라고 할 정도로, 이탕과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는 악인이고, 동시에 그가 죽어야 하는 악당임이 확 와닿았지만 드라마에선 그런 느낌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쳐버린 배우들의 연기력

손석구, 최우식 두 배우들의 연기는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배우들의 연기력은 끝내줬습니다. 첫 살인 후 멘탈이 붕괴되지만 점점 살인에 무뎌져 가는 주인공 '이탕'을 맡은 최우식 배우, 여유로우면서도 뛰어난 감을 가졌지만 몇몇 인물들에게 휘둘리다 격렬한 분노에 휩싸이는 '장난감' 형사를 연기한 손석구 배우, 정의를 추구하던 형사였지만 이젠 악인을 처벌한다는 이유로 거슬리는 모두를 죽여버리는 악한 '송촌'을 연기한 이희준 배우까지, 모든 배우들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주연 배우들 뿐 아니라, 조연들의 연기 또한 매우 뛰어났습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선여옥', '최인선', '하상민' 같은 조연들의 연기 역시 흠잡을 데 없었지만, 지나가는 조연들 역시, 긴 대사를 할 때는 현실에서처럼 말을 절거나, 짜증내고 열받아 하거나,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일상적인 사투리를 하는 등 현실적인 연기를 통해 작품 몰입도를 높여줬습니다.   

 

원작 팬으로서 제작진께 큰절 오지게 박겠습니다.

저는 원작 <살인자ㅇ난감>을 4회독을 할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처음 이 작품이 드라마화 된다고 했을 때는, 과연 원작의 작품성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걱정은 기우였고,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은 근 몇년간 만들어진 작품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멋진 원작을 멋진 드라마로 만들어주신 제작진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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